돈과 샐러드의 저울질 메모선장의 수요잡설

샐러드가 건강에 좋은 것이야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맛도 있다. 샐러드 나름이긴 하겠지만, 적어도 어디서 돈 받고 파는 샐러드를 먹고 맛없어서 괜히 먹었다고 짜증이 난 적은 없었다. 이것은 샐러드가 재료만 괜찮다면 누가 만들든 어느 선 이하로 맛이 없어지지 않는 음식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참으로 복된 음식이다(여기서 사라다는 논외다).

요즘은 건강 걱정도 되고 해서 저녁을 종종 샐러드로 해결하고 있다. 서브웨이가 샌드위치만 파는 게 아니라 그 메뉴 그대로 샐러드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은 덕이기도 하다. 이렇게 요긴한 정보는 왜 아무도 안 알려준담? 아무튼 나는 원래부터 서브웨이와 맥주 한 캔 먹는 것을 대단히 좋아했으므로 서브웨이 샐러드도 반갑게 맛있게 먹는 중이다.

매일 아침을 아름답고 근사한 샐러드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샐러드는 사먹는 음식이다

서브웨이를 이용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고심 끝에 메뉴를 선택하고도 더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일단 치즈를 둘 중 하나로 골라야 한다. 이때는 특별히 애착이 있는 치즈가 없어서 그냥 기분따라 아무거나 고른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채소중에서 뺄 것을 골라야 하는데, 나는 항상 오이와 피클을 뺀다. 그냥 오이든 가공 오이든 모조리 빼는 것이다. 오이는 날 것으로 따로 먹으면 맛있게 잘 먹는 편인데, 이상하게 다른 음식에 들어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날 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는 2004년 겨울부터 오이를 섞어먹는 게 싫어졌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탔던 네덜란드 항공에서 제공한 샌드위치에 섞여있는 오이 냄새가 너무 역했던 것이다. 실온의 샌드위치라면 그나마 나았겠는데, 어째서인지 이것을 뜨뜻하게 데워놓아서 오이 향이 모든 재료를 자신의 색채로 물들여버린 상황이었다. 정말이지 지독한 샌드위치였다. 그 뒤로 오이를 섞어먹는 것도 싫어졌고 네덜란드 음식도 신용하지 않게 되었다. 네덜란드 음식중에 뭐가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덜란드산이라면 맥주밖에 믿지 않는다.

다시 서브웨이로 돌아와서, 채소 다음에는 드레싱을 고르는데, 사우스웨스트와 랜치, BBQ를 주로 선택한다. 옛날에 대충 골라본 것이 맛있어서 그냥 계속 고정해둔 것이다. 다만 문제라면 뭐가 어떤 맛이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름 옆에 재료와 맛을 좀 설명해주면 좋겠는데, 귀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는 일반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편, 나도 검색해 보면 될 것을 어쩐지 귀찮아서 그냥 시켰던 것만 반복해서 먹고 맛을 까먹고 있는데, 아무래도 드레싱에 관한한 미맹이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만들어진 샐러드는 양이 그리 적지 않다. 정신 없이 먹어도 15분은 걸리는 것 같다. 무슨 맛이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맛도 있다. 미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브웨이에 앉아서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있으면, 아침 일찍 매디슨 스퀘어 공원 같은 곳에서 조깅하는 류의 사람이라도 된 듯 건강한 기분이 든다. '얼마든지 다른 걸 먹을 수 있지만 나는 이 정도로 자신을 가꾸는 사람이야' 싶은, 좀 속된 기분도 든다. 건강해진다면 좀 속된 기분을 느낀들 뭐가 문제겠느냐만.

샐러드를 먹는 순간의 심상 풍경

다만 샐러드 식사의 결정적인 문제는 역시나 첫 번째가 가격이다. 6천원 내외니까 한끼 식사 가격으로 부당할 정도는 아니지만, 궁상스러운 성격상 다른 식사들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적으로 말해 김밥집의 돈까스가 6천원이다. 버거킹에서는 3900원에 패티가 두 장 들어간 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탄수화물이란 정말 어마어마하게 싼 식료품이구나 싶다. 탄수화물 끊기가 달리 어려운 게 아니다. 싸고 맛있고 배부르니 피해갈 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건강을 위해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감수할 수 있다. 하루 2000원으로 질병을 막는다면 싼 값이겠지?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감수할 수 없는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지속시간이다. 6시에 샐러드를 먹으면 9시쯤에는 슬슬 배가 고파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집에 돌아가서 과자 하나라도 주워먹게 된다. 여기서 정도가 심해지면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육체적으로 배가 고픈 상태니까 과자에 곁들여 술을 마시게 된다. 흰 쌀밥에 돈까스를 먹는 것과 샐러드와 과자와 술을 먹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건강에 해로울까? 해악의 정도를 수치로 계산할 수 없으니 정확히는 모를 일이지만, 역시 이럴 바에는 그냥 밥을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채식동물들이 방대한 풀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서브웨이는 딱히 영양은 없지만 압도적으로 저렴하고 양이 많은 채소를 발견해서 추가 메뉴로 넣어주면 어떨까. 양념 건초라든가....... 하기야 그런 게 있으면 이미 보편화 되었겠지. 아니면 두부라도 추가해주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역시 건강이란 손쉽게 유지할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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