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에티켓의 지옥 메모선장의 수요잡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영화관 관객들의 에티켓이 엉망일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영화를 자주 보진 못하지만 만족스럽게 조용히 영화를 보고 나오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 가장 최근에 정말 조용히 만족스럽게 보고 나온 영화가 독립영화관에서 봤던 “레바논 감정”이었다. 독립영화는 그런 점이 멋지다. 관객 모두가 상영관을 악착같이 찾아서 온 것이라 한마음이 되어 조용히 놀라운 집중력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다른 영화는 별로 집중하지 않고 보는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파괴적인 관람 에티켓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단연코 핸드폰에 관한 것들이다. 상영 중인데도 핸드폰을 꺼내 보는 사람이 반드시 한 명쯤은 있다. 한때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통화를 한 것도 아니고 메신저 좀 쓰는 게 뭐가 그리 잘못이냐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겠지만, 사실 영화를 집중해서 보려는 사람에게 스크린 이외의 광원이란 꽤나 성가시다. 나는 계단에 켜진 비상등도 신경 쓰여서 손이나 발로 빛을 가리고 볼 정도라, 바로 옆이나 앞에서 반딧불이처럼 불을 밝히면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멀다고 괜찮은 것도 아니다. 인간이란 가깝든 멀든 어디선가 보이지 않던 뭔가가 나타나면 시선이 자동으로 따라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을 끄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다. 집중해서 작업 중인데 모니터 구석에서 팝업이 계속 뜨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불빛보다 심각한 문제는 역시 벨소리다. 상영 중에 벨소리가 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나이가 많은 분들이 이런 실수(본인이 실수라고 인지하는지는 모르겠지만)를 저지르곤 하는데, 이런 분들 중에는 벨소리를 진동으로 전환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뒷자리에서 벨소리가 한 번 울리는가 싶더니 그 뒤로도 두어 번 더 울려서 결국 관객들이 호통을 칠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이런 노이즈가 끼면 아무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관객들의 대화도 상당히 문제다. 같이 온 사람과 재미있는 장면에서 한두 마디 하는 게 퍽 재미있다는 건 나도 알지만, 이걸 귓속말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다 들리게 얘기하고 있으면 당연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외국 영화는 청해가 잘 되지 않다 보니 주인공이 아무리 큰 소리로 떠들어도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옆에서 들리는 모국어가 더 귀에 잘 들어오고 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무서운 장면도 없고 무섭지도 않은 공포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퍽 조용한 편이라 복도 건너에 앉은 커플이 하는 얘기,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들이 하는 얘기가 다 들렸다. 여학생들이 하는 얘기는 "엄마야, 완전 깜짝 놀랐어!" 정도라 그럭저럭 시트콤에 배경으로 깔리는 웃음소리처럼 들을 수 있었지만, 커플의 대화는 도무지 끝나질 않아서 결국은 “조용히 좀 봅시다.” 하고 말해야 했다. 다행히 그 뒤로는 조용해졌지만 나처럼 소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한다. 덕분에 내내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심지어 영화도 재미없었다. 그런 영화를 보느니 손가락의 거스러미를 떼는 게 더 스릴있고 재미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꼭 애들이 시끄러울 거라고 걱정을 하게 되는데, 경험에 따르면 애들이 신경 쓰일 정도로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감탄사나 한 두 마디 질문이 전부다. 오히려 시끄러운 것은 에티켓에 대해 충분히 학습했을 성인들이다. 예전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봤을 때는 뒤에서 “존 스미스, 존 스미스” 하고 주인공이 대사를 먼저 말하며 낄낄거려서 몹시 고역스러웠다. “겨울왕국”을 봤을 때는 옆에서 “어머, 너무 예쁘다,얘.” 하고 딸에게 감상을 일일이 말하는 어머님 때문에 피곤했다. 

이런 사람들은 어쩌면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서운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상영관은 불이 꺼지고 나면 우주처럼 어둡고 고요해져 옆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 영화라는 단 한 가지의 세계만이 펼쳐지는데, 이 사람들은 현실을 떠나서 혼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직 현실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끊임없는 소통의 욕구는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보다 간편하게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요즘 들어 유독 주변을 괴롭게 하는 관객이 많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화가 나기보다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말인데, 소통이 자유로운 상영관을 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어떨까? 영화와 함께 노래하는 ‘싱얼롱’ 상영이 따로 있는 것처럼, 핸드폰을 쓰든 노트북을 켜든 옆 사람과 떠들든 아무 상관 없는 ‘프리 토킹’ 상영을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친구와 실컷 떠들면서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면서 중요 포인트를 메모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환영받는 상영관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 이전에 일반 상영관의 노매너 관객을 몰아내는 강력한 규정이 만들어져야겠지만. 아니면 완벽한 관람 환경을 보장받는(이를테면 통신 방해 시설 등으로) “파워 에티켓 존”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이 만들어져도 좋겠다. 환경만 확실하다면 돈을 더 내고라도 갈 용의가 있다. 


아무튼 좋은 영화를 고르는 것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영화를 좋은 상황에서 본다는 건 꽤나 운이 필요한 일이다. 이 추세라면 좋은 영화를 좋은 상황에서 본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로 시야에 꽉 차는 화면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면 영화관 따위 가지 말아야지. 

아니, 그래도 가겠지만. 젠장. 

 



덧글

  • FullHD 2014/11/12 18:52 # 답글

    전 그래서.....심야영화를 보러갑니다....
    조용하고 한산하고...좋아요.^^

    집근처인 cgv강남점 심야영화 5천원할인하던게.;; 올해 초부터 없어져서
    좀 슬프긴하지만 그래도....걍 갑니다.
  • 메모선장 2014/11/19 17:24 #

    저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영화관이 있으면 심야를 애용할텐데요...
  • 마법사헨리 2014/11/12 18:52 # 답글

    저는 반대로...말씀하신 예전이라는게 언제 어느 곳이었는지 몰라도 그나마 근래에는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핸드폰 불빛이 신경쓰이는건 저도 마찬가지지만.. 대략 십여년전에는, 더 이전에는 가관이었죠. 뭐.. 극장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까지는 가지 않겠습니다... 위에 말씀하신 정도는 거의 애교였죠;;
    요즘은 어느 극장에나 시작전에 매너 광고를 보여주니까 그나마 나아진것이라 생각합니다.
  • 메모선장 2014/11/19 17:25 #

    한 오륙년 전엔 좀 나았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냥 추억이 미화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 데미 2014/11/12 19:11 # 답글

    으앙 오늘은 글이 욕설로 끝이 났어요, 화가 많이 난채로 글을 쓰션나 보넹!

    아 그래서, 영화관이 좋다는거에요, 싫다는거에욬. 애증의 영화관~
  • 메모선장 2014/11/19 17:25 #

    영화관은 좋지만 매너없는 관객은 싫다는 못된 심보죠!
  • 조현수 2014/11/12 19:17 # 답글

    저 같은 경우는 관람석에 앉아 상영 전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것을 영화 보기 전에 어떤 의식을 행하듯 하는데요, 그래야 비로소 뭔가 영화 볼 준비가 끝난듯한 기분이ㅋ제가 최근에 자주 겪은 불편함을 말해보자면, 딱봐도 연인 사이는 아니고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들인 것 같은데 남자들이 항상 유난히 큰 소리로 웃더라구요ㅋ웃다가 뒤로 넘어갈 것 같이 오버해서 웃던데, 정작 같이 온 여성분들은 난처해서 어쩔줄을 모르고.. 이게 한 번이 아니라 코미디물을 보면 꽤나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라 좀 짜증이 나더군요..
  • 메모선장 2014/11/19 17:26 #

    전 코미디에서 웃는 건 그럭저럭 넘어갈만한데, 조용한 장면에서 나는 잡음은 참 신경쓰이더라구요.
  • 2014/11/12 19: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19 17: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rumic71 2014/11/12 20:12 # 답글

    * 수년전 일본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한국보다 더해서 깜짝 놀랐었는데, 요새는 거의 비슷해진 듯 합니다.
    * 제가 바로 옆사람과 수근거리면서 영화 보기를 즐기는 당사자입니다. 극장이든 TV로 보든 뭔가 볼 때는 거기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쳐서... (스포일러 같은 게 아니라, 아, 지금 저 각도 죽이는데 식으로 말이죠)
  • 메모선장 2014/11/19 17:28 #

    다른 나라 상황은 알 길이 없었는데, 일본의 관람 매너가 좋지 않다는 건 뜻밖이네요. 저도 코멘트 하면서 영화 보는 건 참 좋아합니다. 극장에서는 자제하지만요.
  • 지화타네조 2014/11/12 21:21 # 답글

    대신 옛날에는 담배연기 자욱한 경우가...
  • 메모선장 2014/11/19 17:29 #

    그 시절에는 버스에서도 담배를 피웠죠... 지금 생각해보면 혹독한 시대였습니다.
  • anchor 2014/11/14 09:16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11월 14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11월 14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메모선장 2014/11/19 17:29 #

    아이고 감사합니다!
  • 폐묘 2014/11/14 13:22 # 답글

    공감 백만스물한개 드립니다
    저도 인터스텔라 개봉 다음날 갔었는데 앞의 옆옆좌석에서 계속 핸드폰 들여다봐서 뒷통수를 걷어차주고 싶었어요.
  • 메모선장 2014/11/19 17:29 #

    저랑 같은 상영관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제 옆옆 좌석에서 계속 핸드폰을 보더군요.
  • 봉민간인군 2014/11/19 20:17 # 답글

    다른건 몰라도 제발 핸드폰 전원이랑 시작후 시끄럽게 들어오는 것좀....ㅜㅜ
  • 메모선장 2014/11/26 16:37 #

    그때처럼 핸드폰이 원망스러울 때가 없죠..
  • 오리지날U 2014/11/22 22:38 # 답글

    영화관에서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는 뭐 따지면 끝도 없죠.
    본문에 언급하신 것들은 물론이고,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온 게 아니라 처먹으러 왔는지 두 시간 내내 부스럭 쩝쩝거리는 소리..
    왕대가리 주제에 허리를 꼿꼿히 펴고 스크린의 30%를 가리는 놈들..
    차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내 등받이를 지들 무릎거치대로 쓰는 년들..
    물고 빨고 핥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느라 정신줄 놓은 커플들... 답이 없어요.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행위가 타인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예 인지조차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
    '니가 나한테 뭐 보태준 거 있어?' 이렇게 적반하장식으로 안 나오면 그나마 양반이구요;
  • 메모선장 2014/11/26 16:38 #

    문제는 많은데 그걸 막을 시스템도 없고, 영화관이 책임지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게 아쉽습니다. 의식 개선만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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