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컬 스퀘어 코멘터리 04. 테마와 학기, 시안 공개 메모선장의 보드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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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 4.


-테마와 학기

사실 매지컬 스퀘어는 테마가 중요한 게임이 아닙니다. 블록을 모아서 부수는 시스템이니까 근본적으로 이게 아니면 안 된다 싶은 이야기가 없죠. 지금 모바일 게임에서 시스템은 거의 똑같은데 테마만 바꿔놓은 게임이 무수히 많은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렇게 되면 좋아하는 테마를 붙이는 게 제일이라, ‘마법’이라는 테마를 씌우기로 했습니다. “마법 학교에서 원소를 모아서 마법을 완성한다.” 제법 말이 됩니다. 제목은 “매지컬 다이스”, “매지컬 스퀘어” 둘 중 하나를 고민하다 주사위 안이 폐기되면서 “매지컬 스퀘어”로 결정되었습니다. 매지컬 스퀘어에는 ‘마방진’이라는 뜻이 있긴 하지만, 마방진을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고 분통을 터뜨릴 사람은 아마 없겠죠. 스퀘어가 네모, 광장, 제곱 등의 뜻을 가진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법을 만드는 네모이기도 하고, 이 게임을 하는 공간을 마법의 광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점수 계산도 상당히 오랫동안 '체크한 칸 수의 제곱'이었으니까 달리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제목을 ‘매지컬 스퀘어’로 결정한 뒤, 기왕이면 마방진을 만드는 규칙도 만들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원소가 자리한 곳에서 가로줄의 합, 세로줄의 합이 동일하면 큰 점수를 주자, 이런 식이었는데, 아무래도 인류에게는 아직 이른 고속 연산을 요하는 것 같아 금방 폐기했습니다. 

보드게임을 많이 만들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업은 테마가 결정되고 나면 테마가 이끌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방대한 아이디어 중에서 쓸만한 것을 걸러주고, 새 아이디어의 방향을 잡아주죠. 그래서 테마가 결정된 이후로 자연히 특수 능력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마법 학교에서 마법을 배우고 있으면 발전하는 게 있어야 말이 될 테고, 그런 발전은 매지컬 스퀘어를 다른 퍼즐 게임과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업적표의 각 과목마다 능력을 배정하고, 일정 횟수를 체크하면 그 능력을 배우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3칸이 5번, 4칸이 4번, 5칸이 3번, 6칸이 2번, 7칸이 1번으로, 필요 체크 횟수가 전부 달랐죠. 3칸을 체크하는 게 가장 쉽고, 7칸을 체크하는 게 가장 어려우니 그건 당연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능력은 다음 라운드부터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즉, 한 게임이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 것이죠.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험난한 전반을 거쳐 능력을 획득하고, 후반에 자기가 얻은 능력을 마음껏 활용해서 물 만난 고기처럼 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능력은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3개까지밖에 얻을 수 없어서 능력 조합에 따른 리플레이성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20분 정도로 애매한 길이였던 게임을 40분에서 50분 정도로 늘려 게임을 브릿지 게임에서 격상시키는 효과도 있었죠.

학교니까 당연히 이 구분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나누었습니다. ‘팀 웍’ 때도 했던 짓이죠. 그 전에는 공개 게임 ‘본격 요리학교’에서도 써먹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시험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는데, 결코 부정할수만은 없더군요. 진짜 시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평가’라는 건 우리가 평생 학습해온 것처럼 대단히 도전적인 이벤트고, 이것을 가상의 방법으로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면 테마이자 시스템으로서 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는 게 팍팍해도 ‘심즈’ 같은 게임은 재미있게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상당히 오랜 기간을 중간기말 시스템으로 테스트 했습니다. 그런데 테스트를 반복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어들이 지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여러 번 하면 당연히 질리고 지치기 마련이라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진짜 문제는 저 자신마저 ‘이걸 또 두 판씩이나 돌려야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게임을 만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죠. 하지만 실제로 같은 게임을 반복하면서 뜯어고치다 보면 자신이 정말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 감각이 희미해지고, 심하면 아예 넌더리가 납니다.  

그럴 때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입장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힘들어도 테스트니까 꾹 참고 해야지, 하고 억지로 하는 상황에서는 그 게임이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 느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순수한 보드게이머로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자기 게임을 골라서 플레이할 이유가 명백히 있어야 하고, 그것을 하는 동안 즐거움을 느끼고, 리뷰할 때 그렇듯이 공략점과 문제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가 게임을 비롯하여 몇가지 창작을 하면서 얻은 지론입니다. 

그런 지론에 따르자면 역시 두 판 묶음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중간기말 시스템에도 분명 많은 장점이 있긴 하지만, ‘매지컬 스퀘어’는 분명 '브레인 버닝' 게임이고, 이것을 매번 한 시간 내내 하면 진짜 시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 했죠. 간단히 말해서 한 판은 좋지만 그 자리에서 두 판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을 포용할 수 없었습니다. 두 판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냥 한 판을 더 하면 해결될 일이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니 중간기말 시스템은 ‘도미니언’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전반에는 카드를 사기만 하고, 후반에는 그걸 쓰기만 하는 방식으로 길게 늘여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는 지금의 리플레이성이 나올 수 없었겠죠. 

게다가 그냥 놔둘 수 없는 결정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중간을 망친 자는 기말도 망친다’는,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인데, 재미있자고 하는 보드게임에서 이런 현실적 부조리를 느끼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를 깨는 사회안전망이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매지컬 스퀘어의 사회안전망은 체크를 한 플레이어가 원소 하나를 더 받는다는, 사회안전망의 반대 효과까지 갖춘 것이었습니다. 양날의 검이죠. 그렇다고 이 간단한 게임에 사회안전망 규칙을 추가하는 것도 억지스럽고 사족을 다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게임은 다시 한 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능력을 넣어서 압축해야 했죠. 원래 원하는 능력을 구매해서 한 판으로 게임을 끝내는 ‘토너먼트’ 규칙을 만들어두긴 했지만,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써보지도 않은 능력을 평가하고 사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습니다. 능력은 어디까지나 체크의 누적을 통해서 얻어야 했죠. 그런데 원래 하던대로 3칸은 5번 ~ 7칸은 1번으로 고정해두면 게임의 초반부터 이용해야 유용한 능력을 너무 늦게 얻는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마땅히 대안도 없었는데, 고민하다 보니 반드시 각 능력을 얻는 난이도를 그렇게 조정해둘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칸 수가 적으면 체크를 많이, 칸 수가 많으면 체크를 적게 설정해서 난이도를 중간에 맞췄는데, 체크 횟수를 똑같이 맞춰 놓으면 '3칸을 하느니 4칸을 하지’ 하는, 이른바 ‘그럴 바엔’ 효과가 더 즐거운 고민을 끌어냈습니다. 게다가 능력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타이밍 순서에 맞춰 재배치하면 그 자체가 순차적인 몰입도 상승을 유도할 수 있었죠.

이에 따라 어떤 능력이든 한 번만 체크하면 습득하는, 예전에 비하면 속성 교육이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룰이 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얻기 쉬운 능력을 극초반에 얻으려는 유혹이 너무 강해지더군요.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고민, 조금 모았다가 더 큰 능력을 얻을까 하는 생각에 비해 유혹이 너무 거대했습니다. 게다가 게임을 처음 하는 플레이어가 두 번째 턴이나 세 번째 턴에, 즉 게임이 돌아가는 방법을 익히기도 전에 능력을 얻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컸고, 모든 능력을 얻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간단했습니다. 한 번에 모든 콘텐츠를 제공해버리면 그만큼 소모되는 속도도 빠른 법이죠. 그리고 그렇게 되면 능력의 조합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없으므로, 다시 조정을 거쳐서 3~5칸 까지는 두 번, 6~7칸은 한 번 체크해서 능력을 얻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양 극단을 거쳐서 중간에 정착한 셈이죠. 

그렇게 진행한 테스트는 퍽 성공적이었습니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뉜 게임을 그리워하는 플레이어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게임이 깔끔하고 간단해졌다’고 평했고,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게임이 주는 부담감이 없어졌죠. ‘매지컬 스퀘어’가 소수의 매니아를 타겟으로 한 게 아니라 보드게임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까지 포용할 수 있는 게임인 이상, 부담없이 짧고 신나게 머리를 쓰게 만드는 게 정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리플레이성도 늘었죠. 브릿지 게임도 여러 판 하면 브릿지 게임이 아닙니다. 게다가 ‘토너먼트 규칙’도 폐기할 수 있었죠. 기껏 만든 룰을 못 쓰게 되었는데 뭐가 좋으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매뉴얼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차피 가장 기본적인 게임방법만을 기억하기 마련이고,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두껍고 장황한 매뉴얼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는 게임 하나니까요.

 

(코멘터리는 추후 연재됩니다)

 

 

-시안 

시안 두 장이 추가로 완성되어 공개합니다. 




'물'을 이미지한 원소의 스케치입니다. 

 

이쪽은 완성된 선화. 포즈가 바뀌었습니다. 스케치에서는 신하를 깔고 앉은 여왕 같은 모습이었는데, 확실히 이쪽이 더 신비스럽군요.

 

 


'바람'을 이미지한 원소의 이미지 스케치입니다.

 

완성된 선화. 공기방울을 짐볼처럼 안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멋집니다. 

 

일러스트 작업이 진행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훌륭하고 정교한 일러스트들을 손바닥만한 카드에 옮겨야 한다는 게 참으로 아쉬울 따름입니다. 언젠가 더 큰 지면으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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