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와 정보의 물살

트위터에 공식적으로 ‘뮤트’ 기능이 들어갈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반갑긴 해도 꽤나 늦은 개선이 아닌가 싶다. 이 ‘뮤트’ 기능이란 상대를 팔로우 한 상태에서 상대의 트윗이 자신의 타임라인에 나오지 않게 거르는 기능인데, 상당히 많은 서드파티 앱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도입한 기능이었다. 나도 뮤트가 적용되지 않은 타임라인 따위 절대 쳐다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 기능을 애용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진작부터 적용되었어야 했다. 
트위터라는 SNS의 근본적인 문제는 팔로우 한 사람의 트윗은 무슨 소리든 간에 전부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의 시작 자체가 “커피를 마셨다는 말을 문자로 보낼 수는 없으니 트위터로 하자.”라는 식이었지만, 사실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상대가 아니라면 그런 소리는 딱히 보고 싶지 않다. 애인이나 연예인의 트윗이라면 ‘아, 이 사람이 블랙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어머, 오빠가 변비래, 어쩜 좋아’, 하고 하나하나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신변잡기적인 혼잣말들도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잠깐씩 그런 얘기들을 본다고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사람들의 중얼거림을 읽고 있노라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사는구나 싶어서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아무 쓸모 없는 정보가 장마철 빗줄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면 슬슬 골치가 아파진다. 타임라인에서 자신이 읽을 트윗을 선별하는 과정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매체와 달리 트위터는 ‘제목’이 없으니까 가치를 선별할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다. 그게 트위터의 본질이고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읽지 않은 트윗이 수백 개씩 쌓인 타임라인을 스크롤하고 있자면, 제목도 없이 일렬로 늘어놓은 신문기사를 읽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나에게 별 관심 없는 얘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언팔로우 하는 것도 너무 야박하다. 특히 아는 사람이라면 트위터를 메신저처럼 쓰는 경향이 있어서 언팔은 “너 따위와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로 느껴질 지경이다. 예전에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할 때 ‘일촌을 끊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뮤트’다. 메신저처럼 쓸 수는 있지만, 상대가 하는 트윗은 보이지 않는다. 이 얼마나 멋지고 평화롭고 상냥한 일인가! 
하지만 한 사람을 아예 뮤트한다는 것도 꽤나 고민스러운 일이다. 그야말로 '혼잣말’만 계속하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아무리 혼잣말이 많은 사람이라도 가끔씩은 재미난 얘기나 유용한 정보를 올릴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활용하게 된 것이 바로 ‘키워드 뮤트’인데, 이건 타임라인에서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트윗을 걸러주는 기능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능을 이용해서 ‘스포츠’에 관련된 트윗을 가장 많이 걸러내고 있다. 전국의 스포츠 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스포츠에 호감은 가지고 있는 반면, 관심은 전혀 없다. 그런데 스포츠 팬들은 중계를 보면서 자기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트윗하는 경향이 있어서, 무슨 경기가 열리는 날만 되면 나는 아무 관심도 없는 잡지를 마지못해 뒤적이는 것처럼 괴로운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노래도 세 번까지라는데, 별 관심도 없는 얘기를 줄기차게 봐야 한다면 괴롭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내가 보드게임을 하면서 몇 점을 땄느니 어쩌니 하는 상황을 열정적으로 중계하면 내 주변 사람들은 적잖이 고역스러울 것이다. 
그리하여 스포츠 얘기를 하는 사람을 존중하면서 나 자신의 타임라인도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으로 편집하는 방법으로 키워드 뮤트를 선택하고 수많은 팀과 선수와 감독과 그 별명들을 뮤트 키워드로 지정하기 시작했고, 뮤트 키워드는 야구 이외의 것들까지 포함해서 어느덧 300개에 달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문득, 이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옵션이 다 붙은 상품에서 옵션을 하나씩 떼는 작업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팔로우해서 추가하는 구조는 분명 원하는 것을 추가해가는 방식이지만, 그렇게 얻게 되는 정보가 패키지 상품이나 다름없어서 이 그중 원하는 것을 골라내려면 사람의 언어적 습관에서 명사나 욕설이나 용언의 어간을 분리하는 복잡한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트위터의 타임라인이란 볼 때마다 필요 없는 정보를 접하거나 골라내는 수고, 혹은 그것들을 다시는 보지 않도록 필터링을 설정하는 수고를 요구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트위터 이용률이 신통치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미래에는 트위터가 개선되든지, 아니면 새로운 SNS가 등장해서 순수하게 추가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확립했으면 좋겠다. ‘지니 뉴스’라는 앱은 키워드를 등록하면 블로그와 기사에서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것만 골라서 쏘아주는데, 이런 방식도 괜찮고, 아니면 게시물에 제목은 없더라도 최소한 일상, 시사, 스포츠 등으로 분류라도 해주면 좋겠다. 어쩌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발달하면 이런 큐레이션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트위터라는 ‘전뇌공간’은 퍽 흥미롭고 재미난 개념이지만, 아직은 그 놀라운 개념을 이용하는 시스템은 아직 각자 중얼거리는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듯한 형태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트위터를 떠나서도 정보의 물살이란 멋지고 아름답지만, 우리가 이것을 자력으로 헤치고 나아가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