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기]비 내리는 닛코 메모선장의 여행기


2010.12.13.월.비 내리는 닛코

6시 반에 일어났다. 9시 열차를 타려면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창밖을 보니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이 제법 쌀쌀했다. 파카를 꺼내서 입고 아사쿠사 역으로 향했다. 배가 고팠다. 열차에서 에끼벤을 먹을까 했지만 요시노야도 먹고 싶었다. 아사쿠사 역에서 예매한 표를 받고 나가서 모스버거를 먹을까 하다 요시노야에 들어갔다. 돈부리는 썩 훌륭했다. 제법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보기에 좋았다. 일본 음식점의 점원들은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호텔 14층에서 바라본 하늘)


(아사쿠사역의 거리. 반바지 학생이 인상적이다)


(일본 전통 가옥 형식으로 꾸민 거리)


(요시노야에서 먹은 것들. 한국 마쓰야의 철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구간 급행 열차에 타고 보니 창가쪽에는 작은 테이블이 붙어 있었다. 누나는 너무 좁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배틀을 하자고 했다. 테이블은 약간 모자랐지만 게임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두시간 동안 배틀을 하며 이동했다. 누나가 덱을 하나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카트가 지나가며 카드라도 팔면 좋을 것 같았다. 


(아침 닛코행 열차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닛코까지는 2시간이 걸렸지만 게임을 하니 심심하지 않았다)


(열차는 차츰 벌판으로 달려갔다)



(닛코역의 모습. 대기중인 열차의 모습이 한적하다)


11시 반 쯤 닛코역에 도착했다. 역은 작지만 보기에 좋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안개낀 산 아래 보기에 흉하지 않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버스를 타고 린노지로 갔다. 12시쯤 도착해서 공통관람권을 받았다. 린노지는 보수 중이었는데, 다행히 안은 볼 수 있었다. 구경을 하자니 젊은 승려 한 명이 와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무엇보다 볼만한 것은 삼불이었는데, 크기와 위용이 엄청났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다같이 소원을 빌었는데, 나는 로또가 되게 해달라고 빌다 너무 세속적인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설명을 마친 승려는 부적을 팔기 시작했다.

(닛코역 바깥의 모습. 한적한 시골같다)


(삼각형이 인상적인 도부닛코역. 한국의 역들은 모두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데, 좀 낡은 모습으로 둬도 좋지 않을까 싶다)


(린노지 입구. 보수중이라 좀 망연했다)


(젊은 승려는 보수가 2012년까지 계속된다고 했다)


(보수중인 린노지 옆의 탑이 로켓처럼 보인다)


12시 20분에 도쇼구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특산품인 유바를 이용한 요리를 파는 집이 종종 있었다. 지압 파스를 붙인 채로 왔더니 발바닥이 아파서 화장실에서 떼어냈다. 

(길 한쪽의 신사. 그야말로 온갖 신이 다 있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작은 신사를 종종 볼 수 있다)


(도쇼구. 날씨 탓에 관광객은 적었다)

(전통 형식으로 지은 상가. 유바라면 등등 유바를 넣은 음식들을 팔고 있다)

(오카리덴을 특별 공개한다고 가봤는데, 정작 안쪽은 볼 수 없었다)


(본당을 수리할 때 임시로 쓰는 신사라고 한다)



도쇼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받들어 세운 신사인데, 흑색과 금색으로 구성된 건물들이 웅장했고, 조각이 정교하며 화려했다. 다만 도쇼구 건물 중 일부도 보수 중이라 보기에 애매했다. 비가 지겨웠다. 

(대체로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오층탑. 1650년 세워졌으며, 35미터로 세계 중요문화재다)


(낡은 도리이. 그 앞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검은색에 금색으로 조합된 색상이 위압적이다)


(건물 중간을 보면 산자루-입막은 원숭이, 눈가린 원숭이, 귀막은 원숭이가 보인다. 나쁜 것은 말하지도 보지도 듣지도 말라는 뜻이라는데, 시집살이의 고통을 뜻하는 한국의 속담이 떠오른다. 이 원숭이들을 사진으로는 찍고 정작 눈으로는 보지 못했다. 너무 사진만 찍어대는 것도 관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메이몬으로 가는 길. 장식이 굉장히 화려하고 위압적이다)


(안쪽에서 본 요메이몬과 그 장식. 단청의 단아한 아름다움과 대조적으로 화려하고 무게있는 모습이다)


(신사에 술병이 쌓여있다. 직원들이 먹고 남은 것일까? 아니다, 요메이몬에 기린 장식이 많다고 기린 맥주에서 봉납한 것이다)



(안쪽을 관람하는데는 추가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보지 않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시는 가마를 모신 건물과 가마. 천장의 그림이 대단히 아름답다는데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도쇼구를 뒤로하며. 비가 오지 않고 흐리기만 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도쇼구를 나와 후타라산 신사를 보았는데, 절망적으로 볼 것이 없었다. 삼나무가 많아 그 중 한 뿌리에서 나온 세 그루의 나무와, 참배를 받는 한 그루만이 기억에 남았다. 


(후타라산 신사로 가는 길. 삼나무와 석등의 모습이 엄숙하다)


(후타라산 신사의 모습. 반사광 때문에 멀리서는 눈이 쌓인 줄 알았다)


(한 뿌리에서 나온 세그루의 삼나무. 오야코스기라고 부른다)


(세계유산인 배전인데, 도쇼구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삼나무들의 모습. 대체로 많은 삼나무가 대접받는 곳이었다)



이어서 다이유인에 들어갔다. 신사의 전통복을 입은 매표소 직원이 흑인 여성이라 신기했다. 다이유인에는 계단이 많았는데, 누나는 무릎이 아프니 보고 오라고 했다. 안에는 몇가지 보물과, 특별 공개중이라는 어느 인물의 모습이 있었는데, 나는 누군지도 모르면서 돈을 내고 종을 치고 기도를 했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그것은 이에야스의 아들 이에미쓰일 것이었다. 누나에게 주려고 오미쿠지를 뽑아 갔는데, 그녀는 곧 뒤에서 뛰어왔다. 

(이에미쓰를 모신 다이유인 입구)



(다이유인 문 앞. 계단 끝을 대나무로 막아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절을 지키는 아수라나 그런 신들 중 하나일 텐데, 포즈가 묘하게 앨비스같다)


(안쪽에서 니텐몬이라는 문을 한 번 더 거쳤다)


(다이유인 본당. 계단에도 쇠테를 둘러놓았다)


(안쪽에는 각종 불교적 보물을 모아두었다.)


(누군가를 모셔두었는데, 아마 이에미쓰일 것이다)


(저 종 처음으로 쳐봤다. 낮고 차분한 소리가 난다)



(본당 뒤쪽으로 가는 길. 비가 그치질 않아서 사진 찍기가 피곤했다)


(정말 절간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본당 뒤의 사당. 어째서인지 표지가 낡아서 읽기 힘들다)


(나가는 길. 대체로 누구나 사진 찍는 곳인듯)


(속세의 더러움을 씻는 곳인데, 그것조차도 대단히 화려하다)



먹을 것을 찾다 1시 반에 유바소바 우동집에 들어갔다. 묘하게 중국느낌으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1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들며 담배를 피웠다. 우리는 자루우동과 유바소바를 시켰다. 대체 뭔가 궁금했던 유바는 가열한 두유의 위에 생긴 층을 걷어내서 만든 것인데, 쫄깃한 계란말이와 오뎅의 중간쯤 되는 맛이었다. 옆에는 독일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젓가락질을 해서 면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기념품으로 와사비맛 후리카케와 산자루 저금통을 사서 나갔다. 버스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20분 정도를 날렸다. 다른 기념품 가게에 있다가 올라와 담배를 피우고 신쿄로 갔다. 


(무협 영화에서 본듯한 양식의 건물이다)


(소바와 우동 모두 맛있긴 했는데,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맛은 아니었다. 기념품점에는 유바가 많았다)

 
(남자 화장실 변기가 생전 처음 보는 형태라 찍어두었다)


2시 50분에 신쿄 정류장에서 내려 잠시 걸으니 신쿄가 보였다. 신쿄 옆에 커다란 다리가 생긴데다 신쿄 앞을 아예 막아두었으므로 신쿄는 더 이상 다리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입장료로 300엔을 내면 건너볼 수 있었으므로 사진만 찍고 가려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리를 건넜다. 동영상과 사진을 여러방 찍었는데, 동영상은 영 쓸만한 것이 아니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역으로 돌아왔는데, 5분 정도 늦는 바람에 1시간 뒤 열차를 타야만 했다. 신쿄를 보지 않았거나, 기념품을 사지 않았다면 충분히 벌 수 있는 시간이라 아까웠다. 별 수 없이 빵집과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다 열차에 들어갔다. 누나는 누룽지를 먹었고 나는 돈키호테에서 산 쌀과자를 먹었다. 누나는 엎드려 자다 내 옆자리로 옮겨와 어깨에 기대어 다시 한참을 자고 일어나서 배틀을 했다. 우리는 온천을 포기하고 아키바에 가기로 했다. 누나는 녹덱을 가져왔으면 아키바에서 열리는 샵배틀도 나갔을 거라고 한탄했다. 

(다이유인에서 내려가는 길. 옆에 작은 개울이 흐른다)


(신쿄 정류장 앞. 2층 건물들이 옹기종기 늘어서있다)


(신쿄. 고흐가 따라그린 우키요에의 다리처럼 완만한 아치형 다리다)


(다리에 쓰인 부속을 전시해두었는데, 친주가 묘하게 한참을 쓴 저주인형처럼 생겨서 무섭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머지 쇠붙이들도 수상쩍어보인다. 부속일 뿐이지만.)

(저 상자는 세전함일까?)


(신쿄에 얽힌 역사가 기록되어있다)




(신쿄로 가는 길. 그러고보니 화이트밸런스가 엉망이다)


(현대의 안전장치들을 마구 설치해서 영 흥취가 나지 않는다)


(다리 너머에는 또 무슨 신사가 하나 있다)


(다리에서 본 하천. 물이 아주 얕지는 않아보였다)


(정상적인 화이트밸런스로 찍은 사진)


(다리를 구경중인 나)


7시에 아키바에 도착해서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프로텍터를 샀다. 옐로우 서브마린에서 바신 단 덱을 사고 프로모션 카드를 받았다. 아메니티 드림이라고 싱글 카드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 갔는데, 10엔짜리 박스에도 쓸만한 카드가 쌓여 있었다. 천국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1581엔어치 카드를 사고 나왔다. 

9시에 저녁을 먹으러 사이제리아로 갔다. 누나가 일본에 살 때 허구헌날 와서 죽치고 있었다는 사이제리아는 인테리어가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음식은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것만을 팔았다. 메뉴판을 자꾸 치워대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스테이크와 감자, 오징어를 시켰다. 와인이 한 잔에 100엔이라 한 잔과 두 잔 분의 디캔터를 시켜 먹었다.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사이제리아에서는 Heinz 케찹을 쓰고 있었는데, 오뚜기 케찹에 비해 훨씬 상큼하고 맛있었다. 

(아메니티  드림이 있는 곳. 아키바 옐로서브마린 보드게임 취급점과 같은 건물이다)


(지나가다 발견한 모미쟝. 마작도 치고 어깨 안마도 받는 획기적인 곳이다)


(사이제리아의 음식들.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와인이 싸다는 점은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피자는 맛이 없었다)


10시에 돈키호테에 갔다가 11시에 숙소에 도착했다. 담배를 피우고 씻은 뒤 발바닥에 파스를 붙이고 일찍 잠을 청했다. 자리에 눕자 죽음 같은 잠이 쏟아졌다. 






덧글

  • MCtheMad 2010/12/22 17:45 # 답글

    우왓, 정통 "관광" 이다!

    기차역은 아니고 지하철역이지만..
    개축하기 전의 옥수역을 난 정말 좋아했어.
    로봇 문명에 맞서는 인류의 산중에 숨겨진 마지막 스테이션 같았거든..
  • 메모선장 2010/12/23 16:00 #

    옥수역 개축이 언제였죠? 2006년에 가봤을 때도 전 꽤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죠..
  • 바라맛 2010/12/22 23:28 # 답글

    중간이 낯익은 곳이 보이니 괜히 반갑네요 ㅋㅋㅋ
    그나저나 마쓰야가 한국에도 있었다니..!
  • 메모선장 2010/12/23 16:00 #

    마쓰야 비싸서 망했지...
  • 폐묘 2010/12/23 09:27 # 답글

    먹거리들이 다 맛있어보이는군요!
    일본의 신사가 나오는 사진이나 애니들을 볼때면 그런 문화가 부럽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가끔씩 무언가에 기대고 소원을 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다보니..
  • 메모선장 2010/12/23 16:02 #

    일본은 괜찮다 싶은건 뭐든지 떠받드는 경향이 있죠.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다른 종교들이 크게 흥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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