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주사위: 카르카손편 메모선장의 보드게임 이야기


 세계적 보드게임 수집가 주오커의 아들 주사위는 자신이 뽑은 12가지의 보드게임을 찾아와야만 모든 재산과 컬렉션을 물려주겠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오늘도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어느날, 한 보드게임 매장에 텀블링 몽키즈와 젠가, 할리갈리만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 만다.

 주사위: 아니, 이걸 봐요, 누씨. 보드게임 매장인데 게임이 세 종류 밖에 없다니...

 고누: 정말... 너무해요. 아, 루미큐브도 있긴 있네요...

 주사위: 이봐요, 점원, 어째서 매장에 게임이 이것 뿐이죠?

 점원: 죄송합니다. 고객님, 사장님 방침이라...

 카지노: 무슨 소란이지?

 점원: 사, 사장님!

 주사위: 당신이 사장인가? 왜 매장에 아동용 게임 밖에 없는거죠?

 카지노: 이런이런, 나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네. 어려운 게임을 들여놔봐야 팔리지도 않아. 학습에 좋다면 환장하는 학부모들 돈이라도 긁어내려면 이런 걸 둬야하지.

 주사위: 뭐라고? 보드게임은 결코 그런 게 아냐! 좋아, 나와 승부하자! 내가 아주 간단하지만 깊이가 있는 게임을 알려주지!

 카지노: 재미있군. 그렇다면 내가 납득하지 못할 경우는 거기 아가씨를 내 점원으로 쓰는 걸로 하지.

 고누: 그런! 말도 안돼요!

 주사위: 좋아, 기대하라구.

 고누: 사위씨!

 
 
 주사위: 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민되는 걸..

 고누: 카탄은 어떨까요?

 주사위: 카탄은 물론 좋은 게임이죠. 하지만... 플레이어 상호간 거래가 있기 때문에 쉽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초기 배치도 굉장히 신중해야 하고, 주사위 운도 따라야 하는 중급 이상의 게임이예요.

 고누: 하지만... 그만한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이 또 있을까요....

 주사위: 음...

 쌍륙: 누가 내 집 앞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가?

 주사위: 앗, 노숙자 영감이....

 쌍륙: 젊은 남녀 둘이서 대낮부터 보드게임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할 일도 없는 모양이구나.

 고누: 죄, 죄송합니다. 

 쌍륙: 쉽고 간단하면서 깊이가 있는 게임을 찾는다고 했지?

 고누: (여기와서 그런 얘기는 안했는데!)

 주사위: 영감, 혹시 그런 게임을 알고 있어?

 쌍륙: 너는... 주오커의 아들이군. 좋아. 저 벤치 밑을 파보아라.

 주사위: 벤치 밑은 콘크리트잖아!

 쌍륙: 잔말이 많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지나가던 시몬을 불러 벤치 밑을 파볼 수 있었다. 

 주사위: 뭐지 이건?  천으로 감은 박스가...?

 쌍륙: 흔들어보아라. 주오커의 아들이라면 뭔지 알 수 있을 터.

 주사위: (흔들흔들) 이건... 많은 종이 타일이 흔들리며 부대끼는 소리... 나무 마커들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려.... 그리고 a4 사이즈의 보드.... 박스 안에 빈 공간이 제법.......

 고누: 사위씨! 그건 혹시!

 주사위: 알아냈어. 이건 카르카손이야! (천을 벗겨낸다)



 카지노: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와서 도망칠 생각은 아니겠지?

 주사위: 후, 웃기는 소리. 점수판과 시작 타일을 까는 시간 30초가 걸렸을 뿐이다. 성급하시군.

 카지노: 말은 잘하는군. 그럼 설명을 들어볼까. 

 고누: 이 게임은 타일을 내려놓아 그림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게 기본인 게임입니다. 그리고 6개 주어진 추종자들을 방금 내려놓은 타일에 위치시킴으로써 점수를 얻는 거죠.

 주사위: 성이 완성되면 성 한 칸에 2점을 얻고, 길이 완성되면 길 한 칸에 1점을 얻는다. 남이 추종자를 놓은 지역에는 자기 추종자를 둘 수 없지. 단, 타일이 연결되서 같은 지역이 되면 추종자가 많은 쪽이 점수를 얻는다!

 고누: 게임이 끝나면 각 들판에 놓인 추종자 수를 세어서 가장 많은 사람이 그 들판에 이어진 성마다 3점을 얻습니다.

 주사위: 어떠냐! 사장!

 카지노: 이, 이럴수가... 룰은 간단하고 바닥에 놓인 타일이 그리는 도시의 모습이 아름다워! 게다가 타일을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바둑처럼 깊은 맛을 준다! 이, 이건....

 주사위: 카르카손이다. 2001년 최고의 게임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다른 게임에 밀려 거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고전 명작이지.

 카지노: 흥, 하지만 이렇게 타일이 아름다운 게임이라면 3만 5천원은 할 게 틀림 없어.

 고누: 아니오. 보드게임이 많은 매장에 보급된 오늘날에는 2만원대에 구할 수 있답니다. 

 카지노: 뭐라고!

 주사위: 이거라면 한글화가 되었을 뿐더러 게임 내에 텍스트가 없어 언어의 압박도 없다. 사장, 이제 마음을 바꾸지 않겠나.

 카지노: .... 그래... 언제부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보드게임은 컴퓨터로 인해 흩어진 가족과 친구들을 모을 수 있는 매개.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장사가 아니라, 구매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을 찾아주는 일이었는데! 고맙다. 네 이름을 알려주겠나?

 주사위: 나는 주사위, 이쪽은 고누다. 

 카지노: 주사위라면, 주오커의...!

 주사위: 그래... 그의 아들이지. 하지만 나는 나야, 언제까지 아버지의 아들로 남고 싶지는 않아. 지금은 유언에 따라 신의 보드게임 12개를 찾고 있지만.

 카지노: 그렇군. 그랬던 거군. 좋아, 나는 카지노.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게.

 주사위: 좋아, 그럼 오늘은 보드게임 파티다!

 고누: 꺄~! (근데 테이블도 없는데 매장 바닥에서...?)

 카지노: 이런이런. 젊은이들이란...






 갑자기 생각나서 끄적거려본 패러디;

 농부 룰은 가장 쉽다는 3판을 따랐습니다. 


 

추신:

카르카손과 루미큐브면 파티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수정했습니다.

출처 표기하시면 퍼가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제 게임 지식이 얕아서 감히 12사도를 정해버리는 건 무리구요; 시간 나면 이렇게 사도는 안 찾고 딴짓하는 내용으로 계속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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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OSH 2008/03/19 14:40 # 답글

    평소에 방바닥에 눕기 좋아하는 놈들은
    카르카손 하면 꼭 벌판에 드러눕는 속성을 ....
  • 디굴디굴 2008/03/19 17:06 # 답글

    제목만 보면 카르카손에 주사위를 쓰는 줄 알겠습니다.

    제목이 <신의 구성물> 이어도 좋았을 듯.
  • bluesoup 2008/03/19 18:32 # 답글

    보드게임은 뭔가 이것저것 해본 것 같은데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어서 아쉽네요 이런;;

    외람됩니다만 부루마불(..)의 시대에 쏟아져나왔던 1000원짜리 종이게임판들도 다 보드게임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건가요? 특정 회사의 시리즈 40여개를 거의 다 샀었던 기억이...; 플레이어는 항상 동생과 단둘뿐이었지만요.
  • 디굴디굴 2008/03/19 18:40 # 답글

    bluesoup 님 > 저도요! 졸리 게임 시리즈랑 사다리 게임 시리즈 잔뜩 있었는데!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ㅠㅠ
  • 메모선장 2008/03/20 09:15 # 답글

    조쉬/ 저도 벌판에 드러눕는걸 좀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디굴디굴/ 시리즈물로 나갈 생각이라 제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주사위를 쓰는 게임을 다뤄보겠습니다.
    청죽/ 예, 어엿한 보드게임입니다; 저도 많이 했지요.
    디굴디굴/ 졸리게임과 비슷한 몇가지는 아직도 판매하는 쇼핑몰이 드물게 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앞의 오래된 문방구를 뒤져보면 건질 수도 있지요. 친구가 게임 몇개를 그렇게 보물찾기 하듯 찾은 적이 있답니다.
  • 디굴디굴 2008/03/20 15:55 # 답글

    어디에서 판매하나요? 인터파크...?
  • 메모선장 2008/03/20 22:48 # 답글

    디굴디굴/ 도둑잡기는 호텔왕과 함께 홈에버 매장에서 팔고 있던데요;
  • 노란개구리 2008/04/16 11:00 # 답글

    개인적으로는 카드만으로 하는 게임들을 좋아하는지라 ㅋ 셋이랑 달무티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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